비가 내린 탓에 역 앞에서
발을 멈추고 시간을 멈추고
모두들 꼭 한 손에 짐을 들고 있으며
앞을 향하여 지그시 보며
방울진 비 방울소리 비
이대로는 아마도 한참동안 안 그치지
비가 내린 탓에 우리들 목소리가
옆사람에겐 들리지 않아
어째서 울고 어째서 웃고
주더라 해도 전한다 해도
씻어내는 비 메꿔내는 비
이대로 주욱 아직 그치지 마렴
좀 더 내려라 꿈결같은 비
마지막엔 젖으며 가보자
비가 내린 탓에 흔들리는 마음으로
발을 멈추고 시간을 멈추고
비가 내린 탓에 돌아가는 추억
앞을 향하여 짐을 가지고
방울진 비 방울소리 비
우리들의 비 꿈결같은 비
씻어내는 비 거칠어진 비
비의 그림자 비가 내린 덕분